김기남

하이커 / 항해사


김기남은 기름을 싣는 배의 2등 항해사다. 

1년 중 여덟 달은 바다에서 일하고, 남은 서너 달은 육지에서 휴가를 보낸다. 

등산과 달리기를 좋아하고 요즘은 크로스핏에 빠져있다. 

배에서는 맨몸 운동으로 체력을 다진다. 그렇게 다가올 30대에도 건강하고 섹시한 사람이고 싶다. 

결혼 준비라는 중요한 미션을 가지고 휴가를 보내고 있는 김기남을 만났다. 

답변으로 빼곡한 종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배는 정적인 곳이 아니다. 자는 동안에도 배는 계속 진동하고 소리를 낸다. 

몇 달 만에 육지에 돌아오면 새삼 세상이 조용하단 사실에 놀란다. 

배에서는 매일 8시간씩 일한다. 기남은 새벽 4시부터 8시, 오후 4시부터 8시에 네 시간씩 쪼개어 일을 한다. 

배에서는 몇 달씩 다른 선원들과 몸을 부대끼고 산다. 일과 퇴근, 일상의 개념이 없다. 

“직장에서 계속 먹고 자는 셈이죠. 퇴근해도 퇴근을 한 것 같지 않아요. 

언제든 급한 일이 생기면 일터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혹등고래

바다의 밤은 그야말로 망망대해. 별이 많이 보인다. 

지난 항해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근처에서 혹등고래를 봤다. 

“엄청나게 커요. 이런 생명체가 바다에 살고 있구나 경이롭고 감동적이에요.” 

흔한 경험은 아니지만 혹등고래는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 

“멀리서 갑자기 물이 솟더라고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몇 개의 물기둥이 더 솟아요. 푸슉! 소리를 내면서.” 

항해

기남은 2020년에 일을 시작해 3년째 유조선을 타고 있다. 가장 직전 항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승선을 했다. 

네덜란드에서 배를 타고 프랑스, 미국,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미국을 거쳐 한국에 돌아왔다. 

육지

기남에게 육지는 곧 휴식이다. 

“바다에서 힘든 만큼 육지의 휴가가 더 행복하게 느껴져요. 매번 알차게 보내려 하죠.” 

바다에서 일하는 보람은 육지로 돌아와 밥을 먹을 때 느낀다. 열심히 번 돈으로 친구들에게 밥을 사줄 때도 행복하다. 

이번 항해 끝엔 누구와 뭘 먹었을까? “가족이 모두 대식가예요. 점심부터 저녁 사이에 닭한마리, 횟집, 정육식당, 치킨 가게까지 들러 네 끼를 먹었어요. 여자친구가 놀라더라고요.”

여자친구

기남과 여자친구 세나씨는 고등학교 때 수학학원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다. 지금은 6년째 연애 중인 커플이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도 세세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다시 만날 날을 상상하며 굳건한 사랑을 다진다. 

내년에 결혼을 하고 3년 안에 신혼여행으로 뉴질랜드 트래킹을 꿈꾸고 있다.  

오름이란?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 

산을 오르는 행위나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일은 모두 인내가 필요하다. 

나를 억누르는 그 순간에 오히려 자신과의 대화가 많아지고 스스로와 가까워진다.

인터뷰어 : 조서형 @veenu.82 / 사진 : 오름 @oru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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